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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무원

역설법 VS 반어법


<출처 : 영화 과속스캔들>


많은 분들이 '역설법'과 '반어법'을 헷갈려 하시는데요. 

오늘은 시에 표현된 구절들을 통해 두 표현 기법을 구분해 보겠습니다.


1. 역설법 

역설법은 한마디로 '모순'된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. 

모순은 '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되지 않는 것'을 말하는데요.


이 모순(矛盾)이란 말의 유래를 살펴보면,


어느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파는데, 창을 팔 때는 '그 어떤 방패도 뚫을 수 있는 창', 

그 옆에 놓인 방패를 팔 때는 '모든 창을 막아낼 수 있는 방패'라고 소개하며 팔았다고 합니다.

그러자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한 아이가 

"그러면 그 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지요?" 

라고 물었고, 당연히 상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요. 


이 이야기에서 유래된 것이 바로 '창과 방패'란 뜻을 가진 '모순'이란 말이고, 

이러한 '모순'을 사용해 글을 표현한 것을 역설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


그럼 역설법이 사용된 시들을 살펴볼까요?

삶은 계란의 껍질이 

벗겨지듯

묵은 사랑이

벗겨질 때

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.

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다는 것이다. 

-김수영, <파밭 가에서> 중에서


밑줄 그은 표현을 보면 "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다는 것이다."라고 하는 모순된 표현을 썼지요?

이처럼 역설법은 시인이 자신의 감정을 더 강조하기 위해 많이들 사용합니다. 


예를 들면, 

아아,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.  

-한용운, <님의 침묵>

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, 찬란한 슬픔의 봄을.       

-김영랑, <모란이 피기까지는>

두 볼에 흐르는 빛이,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.           

-조지훈, <승무>


이 구절들도 '님은 갔지만 나는 보내지 않았다, 찬란한 슬픔, 고와서 서러워라'처럼 

표면적으로는 논리적 모순을 지녔지만, 그 안에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.


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'역설법'을 '반어법'과 헷갈려 하시더라고요. 

반어법은 이와 좀 다른 표현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. 



2. 반어법   

반어법은 '진술되고 있는 표면적 의미와 대립되는 의미를 의도하는 표현법'을 말해요.

한마디로 자신의 속마음과 다르게 말을 하는 것이지요. 


부모님들이 우리가 실수를 했을 때 '잘~한다!'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지요?

정말 잘해서 칭찬해 주시는 게 아니라, 

잘못을 반어법을 사용해 꾸짖으시는 거란 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. 


반어법을 사용한 대표적인 시를 살펴보면, 

나보기가 역겨워 

가실 때에는 

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. 

-김소월, <진달래꽃>

"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."라는 표현이 앞의 역설법처럼 문장이 논리적으로 모순되진 않지요?

죽어도 울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고 싶은 마음을 

반대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. 



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. 

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.

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…….

-신석정, <들길에 서서>

이 시도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굴하지 않고 굳세게 살아가야 한다는 메시지를 담은 

반어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.  



반어법이 사용된 다른 시를 하나 더 살펴볼까요?

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

그때에 내 말이 '잊었노라'


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

'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'


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

'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'

-김소월, <먼 훗날>

이 시에서도 말은 '잊었노라'를 반복하고 있지만 결국 잊지 못한다는 

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. 


어떠세요?

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'역설법'과 '반어법'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시죠?


이러한 표현 기법들을 통해 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적 의도가 

우리에게 더 잘 전달되어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. ^^